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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래알 속에서 특별한 진주 찾기 by Estrella

 

아프리카 어떻습니까? 하고 누군가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사람사는 데는 다 어디든 다 똑같지요, 하는 밋밋하고 김빠지는 대답을 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아프리카에도 사람이 살고 또 사람이 살기에 사람 간에 사랑이나 다툼이 일어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도 갖춰져 있습니다.

 
아침 해가 밝아오면 사람들은 노곤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날이 저물면 사랑하는 이들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빌딩숲으로, 깔끔하게 지어진 사무실로 일하러 가는 반면 이 곳에서는 사무실로 가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옥수수나 담배 따위를 기르는 밭으로, 혹은 염소, 양, 돼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튀겨 파는 가판으로 혹은 망고를 파는 가판으로 간다는 것쯤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새벽 한 시 두 시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풍경을 이 곳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전기가 귀한 이 곳에서는 해가 지는 시간이 곧 잠을 잘 시간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한국에서 혹은 미국에서 아니 수많은 다른 나라에서 당연히 여겨지는 몇몇의 것들을 이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사는 곳은 정말 놀라우리만큼 비슷합니다.

 
말라위에 오기 전 이 곳에서의 1년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짰습니다.

 

깨끗하고 빳빳한 새 다이어리에 열 개 남짓의 목표를 적고 그 아래 거창하게 한 자 한 자 힘주어 이렇게 적었습니다.

 

"단순한 outsider가 아닌, 현지인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내면의 전문성을 키우는 1년, 내공을 키우는 1년이 되도록 노력하기"

 

1년의 반절을 흘려보낸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지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려 노력하기 보단 일에 중심을 두었던 적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 고민하기 보다는 이기적인 본성이 시키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 적도 너무 많았습니다.

 
내면의 전문성, 내공을 키워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포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기에, 그렇기에 특별한 곳에 가면 특별한 것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는 아마도 착각일지 모릅니다.

 
어느 곳에 있든 특별한 것을 배우기 위해 특별하게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지만 특별한 것을 배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특별한 곳에서만 새롭고 귀한 것들을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함께한 사람들, 지금 내가 속한 공간 속에서만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특별한 노력으로 특별하게 가꿔갈 수 있는, 조금 더 성장한 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 곳을 떠날 때 쯤이면 뜨거운 마음으로 적었던 목표들을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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