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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단상 by Estrella


말라위에 온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바쁜 삶에, 일상에 치여 오랜만에 일기를 쓸 때면 그 첫 문장은 으레벌써 한 달이 지났다라는, 반쯤은 당혹스러움에 반쯤은 막막함에찬 글귀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습니다.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더 이상 한국의 시간에 맞춰 새벽에깨지 않는, 어느새 시차에 적응된 내 몸처럼 어쩌면 제 마음도 이 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끝도 없는 지평선에 아른거리는,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능선들. 그 능선을 살며시 물들이며 넘어가는새빨갛고 동그란 태양. 말라위 특유의 바람정말 엄청나게 큰 거인이 내 몸만한 부채를 들고 열심히 쉬지않고 부채를 부쳐대는 것 같은,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강하고 시원한 바람. 너무도 크고 반짝이는, 웃음기 가득한 이 곳 아이들의 눈망울.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도 담담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 달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대개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고 모든 것이 좋지만은 않은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일만을 돌이켜보면 그 것은 바로 공동체 생활일 것 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함께 사는,참으로 멋진 사람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다른 이들을 통해서 저의 모습을 반추해볼 수 있기에 더욱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워 보이는 사진을 최대로 확대해보면 매끄러운 선으로만 보이던 형상들이 울퉁불퉁하고 때론 뾰족한 선으로도 이어져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처럼 공동체 생활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둥글둥글하다고 믿었던 제 모습에도 날카로운, 뾰족한 모습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모습과 채워져야 할 부분을 보게 됩니다.

 

또한 막연히현장에 대한 열망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현장에 와보니 현장에도 참 여러 분야가 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도 참으로 여러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 그러면서도 또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내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깨달을 새 없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은 두 달이지만 돌이켜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몇 달 후에는, 아니 이 곳을 떠날 때에는 더욱 더 익숙해진 것들에도 여전히 따스한 눈길을 보낼 수 있기를 모난 모습이 더 다듬어져 있기를 머리 아픈 고민이 그 결실을 맺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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